만델브로 박사님이 떠난 오후, 조아브로의 머릿속에는 온통 프랙탈 생각뿐이었다. “아…나도 프랙탈을 그려볼 순 없을까?” 그 순간 문득 프랙탈 아티스트 박보석 교수님이 떠올랐다. “교수님! 제게 프랙탈을 그리는 비법을 전수해 주십시오.” “조아브로, 미안하지만 프랙탈 아트는 ‘무작정 따라 하기’로 가르쳐 줄 수가 없단다.” 실망한 조아브로. 교수님이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성대 디자인아트평생교육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박보석 교수. 박 교수는 ‘프랙탈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www.cgtool.com)에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수학자 만델브로가 세상에 내놓은 프랙탈은 수학을 넘어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고, 이곳저곳에서 ‘프랙탈 아트’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졌다. 만델브로가 종이를 벗어나 컴퓨터로 연구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프랙탈은 컴퓨터 그래픽 예술계를 서서히 물들였다.
프랙탈 아트가 이만큼 알려지기까지 1992년부터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노력해온 프랙탈 아티스트가 있다. 만델브로의 타계 소식을 안타까워하던 한성대 박보석 교수가 바로 그다. 프랙탈 아트계에서 인기 작가로 잘 알려진 박 교수는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프랙탈이 주목받지 못하던 1990년대 초, 프랙탈에 대한 박 교수의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프랙탈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 설명서를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달려갔을 정도다.
박 교수는 프랙탈 아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얀 도화지에 색색의 물감을 떨어뜨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이리저리 굴리고 후후 불어본 경험이 있다면 이를 떠올려 보자. 프랙탈 아트가 바로 같은 원리라고 한다. 도화지에 떨어진 물감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물감이 어느 굵기로 굴러갈지 그리는 사람도 예상할 수 없다. 프랙탈 아트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작업하는 그날의 작가의 컨디션과 작업 시간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차가운 컴퓨터 그래픽 아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명체에 담아 프랙탈을 이용해 표현한다. 딱딱하고 기계적이며 차가운 이미지가 아닌 동물이나 자연환경을 그려내면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그가 프랙탈을 그리는 목적이다. 보통 작품은 한 달 내내, 어쩔 땐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기도 한다.
다음은 박 교수가 2007년 ‘프랙탈 갈대-2’라는 이름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박 교수가 작품에 공들인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따뜻한 작품은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그림처럼 모두 6개의 프레임을 따로 제작해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하나로 합쳐 더욱 생명력 있는 작품을 완성했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2007년 ‘프랙탈 갈대-2’라는 이름으로 제작한 작품
나도 프랙탈 아트에 도전!
프랙탈 아트
보통 프랙탈 아트를 그리기 위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3가지다. 바로 KPT 컬렉션(www.corel.com), 아포피시스(www.apophysis.org), 울트라프랙탈(www.ultrafractal.com)이 그것이다.
아포피시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료 프로그램이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아포피시스를 살펴보자.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첫번째 그림(❶)처럼 왼쪽에서 다양한 샘플 이미지를 고를 수 있고, 오른쪽에서는 선택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샘플 이미지 중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고른 뒤, 메뉴 상단에 있는 ‘에디터 (editor)’ 버튼을 눌러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삼각형의 크기와 모양, 또는 그 값을 조절해 프랙탈 무늬를 만든다(❷). 원하는 무늬가 나오지 않을 땐 ‘뮤테이션(mutation)’ 버튼을 눌러 프랙탈의 조밀한 정도와 프랙탈의 수학 성질을 조절할 수 있다(❸). 이처럼 손쉽게 프랙탈 아트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아포피시스로 ‘프랙탈 아트’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박보석 교수
수학동아 2010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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