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이상세계나 환상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상상작용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는 이미지에 관계되는 두 가지 기본 실재와 이미지의 특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 정의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미지의 대상은 마음 이외의 것이다. 대상과 마음이 이미지를 정의함에 있어 필요한 두가지 기본 실재이다. 이미지는 대상이 아음에 새기는 자국impression(인상)이다. 그리고 대상과 자국 사이에는 유사성이 존재한다. 종합하면, 이미지는 대상체가 마음에 새기는 비슷한 자국(인상)이다.
이미지의 대상은 마음의 밖에 있는 물리적 실체일 수 도 있고, 마음의 안에 있는 개념적 실체일 수도 있다. 앞의 것을 외부 이미지, 뒤의 것을 내부 이미지라고 부르기로 한다. 외부 대상체가 마음에 이미지를 인각하는 의미작용은 흔히 지각작용perception이라고 알려져 있다. 내부 대상체가 마음에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의미작용은 상상작용imagination이라고 부른다. 지각작용이란 저 밖의 현실에서 마음이 보고자하는 것을 보는 현상이다. 수동적 지각작용이 잡은 감각자료에서 마음이 보고자 한 어떤 유사 개념체들을 서로 맞추어 보고 서로 같은 것을 찾아냈을 때, 바로 그 유사 개념체에 의해서 선택된 감각자료는 이해된다. 달이 달로 보이는 것은 달이 달이기 때문이 아니라, 눈의 망막에 비친 달이 마음속에 있는 개념의 투사막에서 찾은, 달이라는 내부이미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상상작용도 마음이 개념의 투사막에 떠올리고자 하는 것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다(김경용/기호학이란 무엇인가78-79p).
상상작용은 기호의 변용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지를 포함한 기호들은 자의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기호의 자의성은 두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 방향은 기호의 자의성을 체계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이에 의해 과학이 성립한다. 다른 한 방향은 기호의 자의성을 이용하여 기호의 변용을 극대화시키는 일로 예술을 일으킨다. 앞의 것은 친숙화familiarization이고 뒤의 것은 낯설게 하기estrangement인데 이들이 나가는 방향은 거의 정반대임을 알수 있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어디까지나 기호의 코드화라고 하는 한 가지 조작 위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발전 양태이다(김경용/기호학이란 무엇인가86p).
20세기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상상적 표현을 통하여 이미지의 변용을 극대화하였다. 그 예로 마그리트의 심금은 단지 작가의 지각작용을 통한 이미지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 속의 상상작용을 통하여 의외의 사물을 배치하고 재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표현하였다. 상상작용을 통한 이미지의 변용은 예술에 있어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중요한 일이다.
심금 1960년 캔버스에 유채 114x146cm 마그리트
출처:기호학이란 무엇인가/김경용/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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