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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소통의 접착제- 英 이민자유치원 'Greenfields Children Center'

찰흙 범벅 아이들

놀며 만들며

영국을 이해하다

 

영국 런던 서부 일링구(區)의 사우스홀은 영국 안의 외국같은 곳이다. 지난 3월 31일 도심 패딩턴역에서 기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마을의 거리에는 백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인도나 파키스탄에 있을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인디언 커뮤니티라고 불리는 이곳의 상점 간판에는 영어와 펀자브어가 병기돼 있다.

이런 낯선 느낌은 Greenfields Children Center에 들어섰을 때 사라졌다. 이 유치원은 출입문부터 복도 양쪽을 아담한 분수와 물길로 꾸몄고, 천장에는 아늑한 느낌의 샹들리에가 걸려있다. 건물 내부도 매끄러운 곡선형이다. 준 맥휴 원장은 지난해 센터를 재건축할 때 디자인 콘셉트를 물로 정했다며 멈추지 않고 잘 어울리는 물의 이미지가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 까무스름한 피부의 아이들은 각자 선택한 놀이를 시작했다. 이불만한 종이 위에서 색칠하는 아이, 찰흙 범벅을하고 웃는 아이, 톱질하는 아이, 나무상자를 쌓아올리는 아이, 물감으로 손가락 그림을 그리는 아이....벽에는 아이들이 만든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다양한 빛, 소리, 바람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감각실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장치라는 설명이었다.

 

부모가 인도에서 온 수르크합은 아이가 그림그리기와 공작 놀이를 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망명한 살리하씨는 아이가 독립심이 강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고 했다. 이 센터에 다니는 2~5세  120명의 어린이들은 15개의 다른 언어를 쓴다. 6년 전에 만들어진 이 센터는 일링구에서 연간 약 17억원을 지원받아 이민자 자녀들에게 통합적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chldren(어린이) 'creativity(창의력)',community(공동체)' 등 3C를 모토로 하는 Greenfields Children Center가 목표를 이뤄가는 가장 큰 수단은 예술교육이다. 이 센터는 2006년부터 윔블던예술대학 부설 예술교육기관인 engine room과 창의력이 중요하다(Creativity Matters)라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예술가들과 함께 참여하는 공동 창작 프로젝트다. 이민자 자녀들이 창의력을 기르고 문화적 격차를 줄이며 영국에 뿌리내리는데 예술교육이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의 자녀들은 예술과 놀이를 통해 영국을 읽고 이해하게 된다. 맥휴 원장은 '아이들은 예술활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문화적인 자존감을 느끼고 창의적으로 변해간다'고 했다.

최근에는 3주에 걸쳐 '에코 피시(Eco-Fish)라는 대형 물고기를 만들었다. 물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모은 작품으로 페트병 등 바다에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료로 삼았다. 이프로젝트를 기획한 로지 포터씨는 에코 피시를 만들어 바다에 띄우면서 아이들은 3차원 건축미, 균형, 움직임, 무게와 부력  등을 배우고 더 넓은 세계와 접촉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나 어른들과도 협동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했다.

 

센터 내부에서 6홀 골프장이 있는 뒤뜰로 통하는 유리문에는 아이들의 실루엣 같은 무늬가 붙어 있었다. 맥휴 원장의 명함에도 같은 디자인이 보였다. 맥휴 원장은 커다란 종이 위에 손을 맞잡은 아이 5명을 눕혀 놓고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이라며 놀이를 통한 예술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우리들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수입과 유아교육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영국 버크백대학의 에드워드 멜리시 교수는 정부가 이민자 등 가난한 부모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는 유아교육기관에서 무상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아이의 성장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발췌: 조선일보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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