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갖춰 주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거나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실을 카페나 놀이터처럼 꾸미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떤 회사는 건물 옥상을 하늘정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거창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요구한다. 게다가 회사의 업종이나 특성에 따라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창의적 업무 환경을 위해서는 반드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일까.
경우에 따라선 작은 변화와 자극을 통해서도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점화효과(點火效果)에 관한 것이다. 점화효과란 먼저 제시된 정보에서 연상된 개념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를 해석할 때도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점화효과가 창의성 발현에 영향을 준다. 독일 브레멘대의 옌스 푀르스터 교수는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한 실험을 통해, 점화효과가 창의성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입증했다.
한쪽 그룹에는 자유와 일탈의 상징인 펑크족을 다른 쪽에는 논리적, 보수적인 공학자를 머리 속에 떠올리게 했다. 그 뒤 창의력 테스트를 했더니, 펑크족을 연상한 그룹이 훨씬 월등한 창의력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업무 시작 전에 직원들에게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게 해주거나 다양한 그림, 영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특정 색이 사람들을 더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로체스터대의 앤드루 엘리엇 교수는 창의성과 색상 관계 연구를 통해, 자연의 색으로 통하는 초록색이 사람들의 창의성을 더 자극한다고 밝혔다. 가령 사람들이 빨간색을 자주 보면 위험의 느낌을 갖지만, 초록색에 대해선 긍정적이면서도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무실을 초록빛의 실제 식물로 채우면 더 좋겠지만, 어렵다면 실내 디자인 등에 초록색을 많이 접목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창의력에는 의외의 요소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사무실 천장의 높이도 그 중 하나다. 생명과학자인 조나스 솔크 박사는 1955년 무렵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소아마비 백신 개발의 고리를 풀어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2주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여행 중 방문한 한 성당 안에서 불현 듯 백신 개발의 단초가 될 아이디어를 찾게 된다. 솔크 박사는 이를 계기로 창의적 아이디어는 성당처럼 천장이 높은 곳에서 더 잘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1965년 솔크 연구소를 세우면서 이를 직접 적용한다. 연구소 한 층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를 다른 건물 보다 60cm정도 높은 3m로 만든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네소타대 조앤 마이어스-레비 교수의 유사 실험에서도 천장 높이가 2m40cm에서 2m70cm,3m로 30cm씩 높아질 때마다, 사람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창의성을 높이려는 대상이 팀단위라면 접근 방법이 다를 수 도 있다. 광고회사의 경우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치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가운데 더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오늘 우리의 업무 환경을 한번 돌아보고, 어떤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삼성경제 연구소 김진성 연구원
발췌:2010년 4월 24-25일 조선일보C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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